열전달  

어디서 저의 세부 전공을 물으면 '열전달'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과목에 대한 애착도 컸고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동시에 작용했답니다. 이 과목을 처음 맡았던 2011년 봄학기에는 83명이라는 엄청난 수강인원에 수학적이고 난해한 이 과목을 영어로 강의해야한다는 것도 부담이었죠. '나름 재밌는 과목인데... 나 때문에 싫어하게 만들면 안되는데...'등의 느낌을 갖고 수업을 꾸며 봤습니다. 그 후로 2013년 봄학기에 이 과목을 다시 맡았고 여전히 수강인원은 60명이 넘었지만 그래도 한국말로 수업을 해서 좀더 이해하기 쉽게 수업할 수 있었고 2013년 가을학기 응용열전달 과목을 다시 가르치고 있습니다.

표지 이야기: 유체역학의 이란성 쌍동이

 


열전달과 가장 비슷한 과목을 고르라면 아마 유체역학이 아닐까요? 열이 들어가서 열역학을 생각하기 쉽지만 열역학이 추상적, 개념적이라면 유체역학과 열전달은 보이지 않는 열과 유체를 수학적으로 풀어나가는 부분이 많아서요. 2010년 2학기에 유체역학은 수면에 비친 빛으로 유체를 보여주는 디자인이었다면 열전달은 불빛을 통해 열을 느끼게 해주는 디자인을 했습니다. 유체역학은 푸른 빛의 교과서 그림과 어울리도록 파란 바탕으로 열전달은 붉은 색 계통의 교과서 그림과 어울리도록 따뜻한 색 계열의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의 사이에서

 

왼쪽 사진 속 두 주인공이 제가 학교를 다닐 때 열전달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이십니다. 사진 속 왼쪽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의 최만수 교수님 오른쪽은 이준식 교수님이신데 최만수 교수님께 열전달 1, 이준식 교수님께 열전달 2를 배웠습니다. 두 분 모두 명강의로 유명하시고 감동적인 강의를 해 주시다보니 저도 열전달을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전공하게 되었겠죠. 최만수 교수님 강의는 귀납적이었습니다. 먼저 가장 간단한 경우에 대하여 - 예를 들면 양단에 등온 조건이 주어지고 내부 열생성이 없는 1차원 문제 -에서 출발하여 점점 복잡한 쪽으로 진행됩니다. 반면 이준식 교수님 강의는 연역적이었죠. 일반적인 경우에 대하여 식을 유도하고 특수한 경우에 대해 정리해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학생이었던 제 입장에서 수업시간에 당장 이해하기는 귀납적 접근이 쉬웠지만 나중에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았고 연역적인 경우 체계적으로 정리는 잘 되는 것 같지만 처음 진입장벽이 있어 수업을 만들어 나가면서 두 길을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부 열전달은 귀납적인 접근에 가깝게 대학원 열전달은 연역적인 접근을 따르는 쪽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Nusselt, Reynolds  그리고 Prandtl

   

너무나 수학적이고 어려운 열전달 과목이었지만 생각만큼 수학으로 깔끔하게 풀리는 공학 문제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제가 주로 대류 열전달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지만요.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많은 문제들 (열교환기의 체적 산정 등)은 주어진 유동 형태에서 대류 열전달계수를 예측하고 열량이 주어졌을 때 열교환 면적을 찾거나 열교환기가 주어졌을 때 출구 온도를 찾거나 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됩니다. 결국 수업시간에 저는 유동 형태를 보고 Nu=f(Re, Pr)인 관계식을 적절히 찾아내고 Nu를 찾아 h를 구하여 열전달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은 꼭 챙겨가 달라고 호소(?)를 하게 되더군요. 전도, 대류, 복사의 기본 개념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으니 잘 알고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요.

에필로그

이것도 행운이라고 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학교에 오고 4년만에 4가지 열전달 과목 -열전달, 응용열전달, 열전달 특론(석사), 전달현상 특론(박사)를 모두 강의해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직은 첫 삽을 겨우 뜬 상태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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