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글 하나 더 인용합니다.  파리에 에펠탑은 설치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고 하죠? 예술작품같은 파리에 이런 흉물을 들여놓다니...등의 평을 받았고 실제로 모파상은 에펠탑이 눈에 거슬려서 늘 에펠탑에서 밥을 먹는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에펠탑에서 밥을 먹어야 에펠탑이 안 보인다고. 그럼에도 에펠탑은 지금에 와서는 또 하나의 '고전'으로 불리우고 있고 도쿄 타워 같은 아류작도 만들어지게 하고 있죠. 프랑스인들도 에펠을 높게 평가해서 유로화로 바뀌기 전 프랑화를 사용할 때 에펠이 200프랑 지폐에 들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50프랑은 생 떽쥐페리, 100프랑은 세잔, 200프랑은 에펠, 500프랑은 퀴리 부부, 이공계 인물이 고액권을 차지하고 있군요) 에펠탑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과학자 수십명의 이름을 새겨 놓고 있는데 그 중 기계공학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으로는 Navier-Stokes 방정식의 주인공 Navier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선배가 올려놓은 구의 항력 이야기입니다.  

1889년 에펠탑이 완성되자 에펠은 거물이 되었지만, 곧이어 터진 '파나마 운하' 실패에 따른 고소사건에 휘말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스스로 일선에서 은퇴한다. 이후 그는 유체역학 연구에 몰두하여 애증이 섞인 에펠탑에서 실험을 시작하였다. 에펠은 수없는 철골 구조물 건설에서 바람이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함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 고안한 풍동(wind tunnel)에서 우선 가장 단순한 형태인 구(sphere)...가 받는 공기저항을 실험하였다. 곧이어 이 실험에 대해 프란틀과 논쟁이 붙었고, 여기서 유체역학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 하나가 이루어진다.

그때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층류(laminar flow)보다는 난류(turbulent flow)의 항력계수가 크게 되는데, 이 실험에 사용된 구의 경우는 층류의 항력계수가 오히려 크다는 놀라운 결과가 관찰되었다. 유체의 항력은 마찰저항+형상저항으로 이루어지는데, 당시까지 연구된 항력은 관내 유동이나 평판 등으로 모두 마찰저항만 있었지만, 구와 같은 immersed body의 경우는 마찰저항 외에도 형상저항(form drag)이 작용하므로, 이 형상저항이 최초로 관찰된 것이 바로 이 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구의 경우 층류의 항력계수가 커질까? 층류보다 난류는 모멘텀이 강하므로 그림에서 보듯이 구 뒤편에 발생하는 후류(wake)의 크기를 작게 한다. 후류 영역은 압력이 낮으므로, 후류 영역이 작아지면 압력차에 의한 형상저항이 작게 된다. 이는 야구의 너클볼이나 축구의 드롭킥에도 응용이 되는데, 빠른 속도로 난류를 발생시키며 날라가던 공이 속도가 떨어져 층류영역에 도달하면 갑자기 증가한 항력으로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그림에서는, 골프공 주위의 홈(dimple)이 낮은 속도의 층류에서도 난류를 발생시켜 항력을 감소시켜 비거리를 늘인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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