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개교 65주년 기념 30회 정기연주회
2011년 9월 24일 (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칼오르프 - 카르미나 부라나 중 5곡
생상 - 첼로협주곡 1번 (협연: 우지연)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국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김훈태

1년만에 예술의 전당을 찾아 학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었다. 작년 연주회에서 받았던 감동이 나를 다시 예술의 전당으로 이끌었다. 작년에 쇼스타코비치를 들었던 기억을 생각해 보면 차이콥스키가 일단 기대가 되었다.

먼저 카르미나 부라나
AAA의 미니멀적인 음악. 일단 곡에 대한 접근은 반복에 의한 최면적 느낌보다는 반복 사이에 들어간 변형에 주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O fortuna의 시작과 함께 먼저 받은 인상은 조금 안타깝게도 합창의 결이 별로 곱지 않다는 것이었다. O fortuna 끝 부분에서 타악기 세션이 좀 무너진 것도 아쉬웠다. O fortuna가 다시 나올 때는 처음보다는 훨씬 좋아 나머지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하게했다. 물론 전곡이 아닌 발췌곡을 듣다 보니 조금 허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겠지만.

이어서 생상의 첼로 협주곡
작년에도 느꼈지만 국민대학교 오케스트라는 톡 쏘는 듯한 날카로운 현악기 음색이 악단의 색깔인 것 같다. 이러한 색깔이 불행히 기지 넘치는 프랑스 작곡가 생상의 첼로 협주곡과는 그다지 좋은 궁합이 아니었다. 학생 오케스트라가 교수님이 협연하는 협주곡에서 함부로 곡선적인 표현을 하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어딘지 경직되고 흐름이 단절된다는 인상은 지울수가 없었다. 솔로를 맡은 교수님 연주는 훌륭했다. 복잡한 Passage에서도 정확한 운지를 보여주었고 절제된 듯 아름다운 표현력도 인상 깊었다.

휴식 후에 드디어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1악장 도입부에서 눌려진 듯한 혼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계속되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을 때는 좀 불안했다. 다행히 음악은 곧 안정을 찾았다. 파트보를 보고 원곡을 알아 맞추기 어려운 차이콥스키 답게 악기를 바꿔가면서 멜로디를 이어가는 부분이 어려울 수 있는데 뛰어난 밸런스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름 놀라웠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음울한 소리를 내 주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무심한 듯 관조적인 흐름을 이어나간 파곳을 비롯한 목관 연주자 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2악장은 전체적으로 감정을 잘 살리고 트리오에서 러시아 민요같은 느낌을 잘 살려 대비효과를 끌어내지 못하면 교향곡 5번이나 6번 2악장에 비해 지루하기 쉬운 부분인데 제법 신선한 리듬감으로 지루하지 않게 끌어가는 부분이 일단 훌륭했다. 목관 파트는 2악장 트리오에서도 잘한다는 느낌을 주었고.
3악장은 현악기 주자 들을 모두 기타리스트로 만들어버리는 피치카토가 이어지는 악장. 작년에도 느꼈지만 표정 변화를 가져오는 현의 표현력은 좋다. 3악장만 떼어놓고 보면 클라이막스 구축이 잘 된 것 같은데 곡 전체를 놓고 보면 4악장 도입부가 조금 김이 새는 느낌을 받게 되어 차라리 밋밋하게 가는 것이 더 낳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좀 했다.
드디어 작년 쇼스타코비치의 기억으로 가장 기대했던 4악장. 기대대로 민첩한 현, 타이트한 금관, 작렬하는 타악기가 확실하게 때려 부숴주는 연주를 들려줬다. 현이 힘이 좀 떨어져서 금관에 묻히는 것이나 금관이 가끔 거친 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코다 앞에서 금관의 미스 톤이 조금 뼈아프긴 했지만 이 정도 스피드로 이만한 앙상블 유지하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혹자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 학생들이라 팔이 내지는 귀가 안으로 굽은 것이라고 할 지라도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앵콜곡으로는 교가를 연주한 듯 했다. 불러본 적은 물론이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내 옆 자리에 있었던 성악과 학생들로 추정되는 학생들은 따라 부르는 듯 했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뭉클해졌다. 베토벤 바이러스나 노다메 칸타빌레처럼 어려움을 딛고 열심히 해서 뭔가를 만들어 낸 그들에 대한 응원임과 동시에 선택적 포기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잃어버린 나의 초심에 대한 반성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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